실명 없이 특정만 되게 쓴 글, 명예훼손 성립할까요?
실명 없이 "총무"라고만 써도 주변이 알아보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특정성과 공익 목적 판단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질문
실명 없이 특정만 되게 쓴 글도 명예훼손인가요?
저는 작은 동호회 회원입니다. 두 달 전 네이버 지식인에 동호회 내부 갈등을 상담하는 글을 올렸는데, 그 과정에서 지인 A를 겨냥한 내용을 썼습니다. 이름이나 아이디는 전혀 쓰지 않았고, "우리 동호회 총무", "○○시 모임에서 회비 수십만 원을 함부로 쓴 사람"이라고만 표현했습니다. A가 회비를 멋대로 쓴 건 사실이라 저는 사실만 적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A가 캡처본을 들고 와서 "회원 열 명 넘게 보는 단체 카톡방에 이 글 링크가 돌았고, 다들 나인 줄 알더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제가 이름을 안 썼는데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사실을 적은 것도 처벌되는지, 지금이라도 글을 지우면 괜찮은지 너무 불안합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다빈치 「고소의 달인」입니다. 이름을 쓰지 않고 "총무", "회비를 함부로 쓴 사람"이라고만 적었는데 A가 명예훼손을 걸겠다고 해서 많이 불안하신 상황으로 보입니다.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부터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명을 쓰지 않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면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님 사안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 보입니다. 다만 사실인지, 공공의 이익이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아래에서 짚어 드리겠습니다.
■ 법은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려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가 적용됩니다. 사실을 드러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거짓을 드러낸 경우 7년 이하 징역 등으로 가중됩니다.
성립 요건은 이렇습니다. 첫째, 공연성(=여러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태)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특정성(=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 명예를 떨어뜨릴 만한 구체적 사실 또는 거짓을 드러낼 것. 넷째, 비방할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 질문자님 사안에 대입해 보면
핵심은 특정성입니다. 질문자님은 이름과 아이디를 쓰지 않으셨지만 "우리 동호회 총무", "○○시 모임에서 회비 수십만 원을 함부로 쓴 사람"이라고 적으셨습니다. 실무에서 이런 사안을 다수 진행해 보면, 직책과 모임과 금액이 함께 나오면 그 모임 사람들은 대부분 누구인지 특정합니다. 실제로 단체 카톡방 회원 열 명 넘게가 "나인 줄 알더라"고 반응한 점은 특정성을 인정할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이 부분은 질문자님께 불리한 지점입니다.
다만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질문자님은 A가 회비를 멋대로 쓴 것이 사실이라고 하셨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거짓보다 형이 가볍고, 무엇보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형법 제310조에 따라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동호회 회비 운영이라는 공동체 문제를 알리려는 목적이었다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대법원도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주된 동기가 공익이면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담을 해 보면 "비방할 목적"으로 몰려 발목 잡히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감정적 표현을 함께 썼는지가 중요합니다.
■ 지금 바로 하셔야 할 일
- 글을 함부로 지우기 전에 먼저 전체 화면을 캡처해 보관하십시오. 작성 맥락이 공익적이었음을 보여 줄 자료가 됩니다.
- A의 회비 사용 내역, 이체내역, 당시 동호회 대화 기록 등 사실임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으십시오.
- 해당 글은 자극적 표현이 없다면 삭제하기보다 비공개 전환을 검토하시고, 추가로 A를 비난하는 글은 더 올리지 마십시오.
- 고소장을 받으면 공익 목적과 사실 입증에 초점을 둔 의견서를 준비해 경찰 조사에 대비하십시오.
참고로 이 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입니다. A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사건이 종결되므로, 원만한 합의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 함께 쓸 수 있는 방법
A가 형사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질문자님 입장에서는 회비 유용 자체가 사실이라면, A의 자금 사용에 대해 동호회 차원의 문제 제기나 반환 요구를 별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형사와 민사는 따로 움직이므로 양쪽을 함께 보고 대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마무리
이름을 쓰지 않아도 주변이 알아보면 특정성이 인정되어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실이고 공익 목적이었다면 처벌을 면할 여지가 있으니 자료부터 지키십시오. 많이 불안하시겠지만 준비에 따라 충분히 다퉈 볼 수 있는 사안입니다. 글 캡처와 회비 관련 자료를 가지고 상담받으시면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 상담을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