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소 제기란? 소송 중 역공의 기술 — 요건과 절차 총정리
소송을 당한 피고가 같은 재판에서 되받아 거는 반소 제기, 요건·시기·상계와의 차이를 실무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의뢰인: "상대방이 저한테 돈 달라고 소송을 걸었는데, 사실은 그쪽이 저한테 갚아야 할 돈이 더 많아요. 따로 또 소송을 걸어야 하나요?"
변호사: "따로 거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그 소송 안에서 반소를 제기하시면 됩니다. 다만 시기와 요건을 놓치면 각하될 수 있으니 순서를 잘 잡으셔야 해요."
반소 제기는 이미 피고가 된 사람이 같은 소송 절차 안에서 원고를 상대로 되받아 소송을 거는, 일종의 역공 수단입니다. 소장을 받고 억울한데 "그냥 방어만 할지, 나도 청구할지" 고민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 답답한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 글은 민사소송을 다수 진행해 온 법무법인 다빈치가 반소 제기의 요건과 절차를 실무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1. 반소 제기란? — 개념부터 쉽게
반소란, 소송을 당한 피고가 그 소송이 진행되는 같은 절차 안에서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건 원고를 다시 피고로 삼아 제기하는 소송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너가 나를 걸었으니, 나도 같은 재판 안에서 너를 건다"는 것입니다. 원래 소송을 본소(本訴)라고 하고, 피고가 반대로 거는 것을 반소(反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친구 A가 "빌려준 돈 1천만 원을 갚아라"며 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 사실은 A가 제 물건을 망가뜨려 저에게 500만 원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고 해 봅시다. 이때 저는 따로 새 소송을 내지 않고, 같은 재판에서 "그 500만 원을 내게 배상하라"고 반소를 걸 수 있습니다.
반소를 활용하면 하나의 재판에서 서로의 주장을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됩니다. 실무에서는 상대의 청구를 깎아내리는 방어(항변)와, 내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반소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2. 법은 뭐라고 규정하고 있을까? — 조문과 처벌
반소는 형사처벌과 무관한 민사 제도이므로, 근거는 민사소송법에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69조 제1항
피고는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지 아니하는 경우에만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본소가 계속된 법원에 반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소송의 목적이 된 청구가 다른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거나 본소의 청구 또는 방어의 방법과 서로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사소송법 제269조 제2항
본소가 단독사건인 경우에 피고가 반소로 합의사건에 속하는 청구를 한 때에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결정으로 본소와 반소를 합의부에 이송하여야 한다.
핵심은 세 가지 조건입니다. 첫째, 변론 종결 전까지 제기해야 하고, 둘째, 소송을 현저히 지연시키지 않아야 하며, 셋째, 본소 청구나 방어방법과 관련이 있어야 합니다. 반소도 하나의 소송이므로 별도의 인지대(소송 비용)를 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3. 언제 성립하고, 언제 성립하지 않을까? — 요건과 경계선
반소가 적법하게 받아들여지려면 아래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 요건 | 쉬운 설명 | 예시 |
|---|---|---|
| 본소 계속 중 | 본소 변론이 끝나기 전이어야 함 | 1심 변론 종결 전 반소 제기 |
| 관련성 | 본소 청구 또는 방어방법과 서로 관련 | 같은 계약에서 생긴 서로의 채권 |
| 소송 지연 금지 | 반소로 재판이 현저히 늦어지지 않을 것 | 이미 정리된 쟁점에 뒤늦은 반소는 불가 |
| 전속관할 위반 아님 | 다른 법원의 전속관할이 아닐 것 | 가사사건을 민사법원에 반소 불가 |
| 당사자 동일 | 원칙적으로 본소 원고를 상대로 | 원고 甲에 대해 피고 乙이 반소 |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무너지는 요건은 관련성과 소송 지연 금지입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는데, 전혀 무관한 과거 금전거래를 반소로 걸면 관련성이 없어 각하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사고에서 "내 차도 파손됐으니 배상하라"는 반소는 관련성이 분명해 받아들여집니다.
또 하나, 1심에서 반소를 내지 않다가 항소심에서 처음 반소를 제기하려면 원칙적으로 상대방(원고)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상담을 해 보면 1심에서 방어만 하다가 패색이 짙어진 뒤 항소심에서 뒤늦게 반소를 걸려는 분이 많은데, 이 경우 상대가 동의하지 않으면 각하되는 일이 흔합니다.
4.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 — 대표 판례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4다235042, 235059 판결은 본소가 취하되더라도 이미 적법하게 제기된 반소는 원고의 동의 없이 독립해 심판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 즉 상대가 본소를 슬쩍 취하하더라도, 피고가 건 반소는 그대로 살아남아 재판이 이어집니다. 상담을 해 보면 "본소가 취하되면 반소도 같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다45545, 45552, 45569 판결은 항소심에서의 반소 제기에 상대방의 심급 이익을 해치지 않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동의가 없어도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므로, 반소는 되도록 1심에서 함께 제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 처벌 수위와 함께 쓸 수 있는 구제수단

반소는 형사처벌 제도가 아니라 민사 구제 수단이므로, 비슷한 다른 제도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 구분 | 반소 | 상계 항변 | 별소(별도 소송) |
|---|---|---|---|
| 성격 | 적극적 청구(판결로 집행권원 획득) | 방어방법(상대 청구 소멸만) | 완전히 독립된 새 소송 |
| 집행 가능 | 승소 시 강제집행 가능 | 초과분은 따로 받을 수 없음 | 승소 시 강제집행 가능 |
| 인지대 | 반소 청구액 기준 납부 | 불필요 | 소가 기준 납부 |
| 심리 | 본소와 함께 한 재판에서 | 본소 안에서 | 별도 재판, 중복 우려 |
| 시기 | 변론 종결 전 | 변론 종결 전 | 언제든 |
가장 흔한 고민이 "상계 항변과 반소 중 무엇을 택하느냐"입니다. 내 채권이 상대 청구액보다 적으면 상계 항변만으로 충분할 수 있지만, 내 채권이 더 크다면 초과분을 받기 위해 반드시 반소를 걸어야 합니다. 상계 항변만으로는 초과분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쓸 수 있는 수단으로는 상대 재산에 대한 가압류, 소송 전 조정 신청 등이 있습니다.
6. 무엇이 증거가 되고, 어떻게 남겨야 할까?
반소도 하나의 소송이므로, 내가 주장하는 권리는 내가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상담을 해 보면 본소 방어 자료만 챙기고 정작 반소 청구를 뒷받침할 증거를 소홀히 하는 분이 흔합니다.
| 입증 대상 | 필요한 증거 | 확보 요령 |
|---|---|---|
| 내 채권의 존재 | 계약서, 차용증, 영수증 | 원본 보관, 사본은 선명하게 |
| 금전 수수 | 계좌이체 내역, 통장 사본 | 은행 거래내역서 발급 |
| 손해 발생·범위 | 견적서, 수리비 영수증, 사진 | 손해 직후 날짜가 찍히게 촬영 |
| 상대의 인정 | 문자, 카톡, 녹취 | "갚겠다"는 대화는 결정적 증거 |
| 청구액 산정 | 지연이자 계산 근거 | 이율·기산일을 명확히 |
주의할 점은 녹취입니다. 내가 당사자로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적법한 증거가 되지만, 제3자 사이의 대화를 당사자 모르게 녹음한 것은 위법수집증거로 배척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반소장을 낼 때 청구금액을 뭉뚱그리지 말고, 원금과 이자, 손해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재판이 수월합니다.
7.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 단계 | 내용 | 유의점 |
|---|---|---|
| 1. 본소 소장 수령 | 피고로서 소장 부본 받음 | 답변서 기한(30일) 확인 |
| 2. 반소 검토 | 내 청구 가능 여부·관련성 판단 | 상계 항변과 비교해 선택 |
| 3. 반소장 작성·제출 | 본소 법원에 반소장 제출 | 인지대·송달료 납부 필수 |
| 4. 원고에게 송달 | 원고가 반소 답변서 제출 | 원고와 피고 지위가 교차 |
| 5. 병합 심리 | 본소·반소를 같은 기일에 심리 | 쟁점별로 증거 정리 |
| 6. 판결·확정 | 본소·반소 함께 선고 | 일부 승소 가능, 항소 2주 내 |
반소는 답변서와 함께 내는 경우가 많지만, 변론 종결 전이라면 소송 도중에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뒤로 갈수록 "소송 지연"을 이유로 각하될 위험이 커지므로, 반소를 걸 생각이라면 되도록 초기에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8. 상담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 (FAQ)
Q. 반소를 걸면 돈이 더 드나요?
네, 반소도 소송이라 청구금액에 따른 인지대와 송달료를 내야 합니다. 다만 별도 소송을 내는 것보다는 효율적입니다.
Q. 본소가 취하되면 제 반소도 사라지나요?
아닙니다. 이미 적법하게 제기한 반소는 독립해 심판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본소를 취하해도 내 반소는 그대로 진행됩니다.
Q. 1심에서 반소를 안 냈는데 항소심에서 낼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가 없으면 각하될 수 있으니 되도록 1심에서 함께 제기하시기 바랍니다.
Q. 상계 항변만 하면 안 되나요?
내 채권이 상대 청구보다 적으면 상계 항변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채권이 더 크면 초과분을 받기 위해 반소가 필요합니다.
Q. 반소 상대방을 원고가 아닌 제3자로 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본소 원고를 상대로 합니다. 제3자를 끌어들이는 반소는 요건이 까다로우니 반드시 변호사와 상의하세요.
9. 마무리 —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반소 제기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변론 종결 전에, 본소와 관련된 청구를, 되도록 1심에서 제기할 것. 상계 항변으로 충분한지 반소까지 필요한지 반드시 따져 볼 것. 그리고 내 청구는 내가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
소장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밤잠을 설치게 됩니다. 하지만 반소는 당하기만 하는 처지를 뒤집어 내 권리까지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사안마다 관련성과 시기 판단이 달라지니, 구체적인 상황은 변호사 상담을 통해 점검해 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본 글은 현행 법령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