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집행 신청, 판결 받고도 안 지킬 때 쓰는 강제집행 방법
판결 받고도 상대가 이행 안 할 때 쓰는 대체집행 신청의 요건·절차·비용 부담을 실무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의뢰인: "담장을 철거하라는 판결까지 받았는데, 상대방이 꿈쩍도 안 해요. 제가 직접 부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변호사: "그럴 때 쓰는 제도가 대체집행 신청입니다. 상대방이 안 하면, 비용을 상대방에게 물리면서 다른 사람을 시켜 철거하는 방법이에요."
대체집행 신청은 판결을 받고도 상대방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쓰는 강제집행 수단입니다. 돈을 받는 판결이라면 재산을 압류하면 되지만, "무엇을 하라" 또는 "무엇을 치우라"는 의무는 상대방이 버티면 막막해집니다. 애써 재판에서 이기고도 현실이 바뀌지 않아 답답하신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 글은 강제집행 사건을 다수 진행해 온 법무법인 다빈치가 대체집행의 요건과 절차를 실무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1. 대체집행이란? — 개념부터 쉽게
대체집행이란, 채무자가 꼭 직접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대신 해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의무(=대체적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법원의 허가를 받아 제3자에게 그 일을 시키고 그 비용을 채무자에게서 받아 내는 강제집행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상대방이 안 하면, 다른 사람을 시켜서 하고 돈은 상대방이 내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무단으로 세운 담장을 철거하라"는 판결을 받았다면, 담장 철거는 꼭 그 사람이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철거업체가 대신 해도 똑같습니다. 이런 의무가 바로 대체집행의 대상입니다. 반대로 그림을 그려 주기로 한 화가처럼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일(=부대체적 작위의무)은 대체집행이 아니라 간접강제(=이행할 때까지 돈을 물리는 방법)로 압박합니다.
2. 법은 뭐라고 규정하고 있을까? — 조문과 처벌
대체집행의 근거는 민법과 민사집행법에 나뉘어 있습니다.
민법 제389조 제2항
전항의 경우에 채무의 성질이 강제이행을 할 수 있는 것인 때에는 채권자는 채무자의 비용으로 제3자에게 이를 하게 할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민사집행법 제260조 제1항
민법 제389조 제2항 후단과 제3항의 경우에는 제1심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민법의 규정에 의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
대체집행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민사상 강제집행 수단이라서 징역·벌금 같은 법정형은 없습니다. 다만 상담을 해 보면 이 부분을 오해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상대방을 감옥에 보낼 수 있나요?"라고 물으시는데, 대체집행 자체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의무를 실제로 실현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비용을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결정이 핵심입니다.
3. 언제 성립하고, 언제 성립하지 않을까? — 요건과 경계선
대체집행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다음 요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핵심은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는 의무"인지 여부입니다.
| 요건 | 쉬운 설명 | 예시 |
|---|---|---|
| 집행권원 존재 | 판결·조정조서·화해조서 등 강제집행 근거 문서가 있어야 함 | "담장을 철거하라"는 확정판결 |
| 대체적 작위의무 | 그 사람이 아니어도 제3자가 대신할 수 있는 일 | 철거, 건물 수거, 간판 제거 |
| 이행하지 않음 | 의무를 이행할 기한이 지났는데 안 하고 있음 | 판결 후 한 달이 지나도 그대로 |
| 관할 법원 | 원칙적으로 제1심 판결 법원에 신청 | 그 소송을 담당했던 지방법원 |
경계선에서 자주 혼동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작위의무(무엇을 하라)와 부작위의무(무엇을 하지 마라)를 구별합니다. 담장 철거, 수목 제거처럼 "치우라"는 의무는 대체집행이 잘 맞습니다. 반면 "내 땅에 들어오지 마라"처럼 하지 말라는 의무를 어겼을 때는, 이미 설치한 물건을 제거하는 부분은 대체집행으로, 앞으로 반복하지 못하게 막는 부분은 간접강제로 처리하는 식으로 나뉩니다.
또 하나,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은 대체집행 대상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특정 예술가의 공연, 전문가 본인의 자문처럼 대체가 불가능한 의무는 간접강제로 이행을 압박해야 합니다. 상담을 해 보면 "이것도 대체집행 되나요?"라고 물으실 때, 결국 "남이 대신해도 되는 일인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고 설명해 드립니다.
4.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 — 대표 판례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다31225 판결은 대체집행의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며, 채권자는 미리 그 비용을 지급할 것을 채무자에게 명하는 결정(=비용선지급결정)을 받아 둘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철거비를 채권자가 먼저 다 부담한 뒤 나중에 받아 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비용을 내라고 명령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40621 판결은 대체적 작위의무와 부대체적 작위의무를 구별하여, 다른 사람이 대신 이행할 수 있는 의무는 대체집행의 방법으로, 채무자 본인만 이행할 수 있는 의무는 간접강제의 방법으로 집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습니다. 상담을 해 보면 이 구별을 놓쳐 엉뚱한 신청을 준비해 오시는 분이 흔한데, 의무의 성질을 먼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5. 처벌 수위와 함께 쓸 수 있는 구제수단
대체집행은 형사처벌이 아니므로 간접강제·직접강제와 비교해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 구분 | 대체집행 | 간접강제 | 직접강제 |
|---|---|---|---|
| 대상 의무 | 남이 대신할 수 있는 작위의무 |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작위·부작위의무 | 물건 인도·금전 지급 등 |
| 방법 | 제3자에게 시키고 비용 청구 | 이행할 때까지 일정액 배상 명령 | 집행관이 직접 실현 |
| 예시 | 담장·간판 철거 | 소음 중지, 경업금지 위반 | 건물 명도, 채권 압류 |
| 비용 부담 | 채무자 | 채무자가 배상금 지급 | 집행비용 채무자 부담 |
| 근거 | 민사집행법 제260조 | 민사집행법 제261조 | 민사집행법 제257조 이하 |
대체집행과 함께 쓸 수 있는 수단도 여럿입니다. 철거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면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별도로 할 수 있고, 상대방이 비용을 내지 않으면 그 비용채권을 집행권원으로 삼아 재산에 강제집행(압류·추심)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면 미리 가압류를 해 두는 것도 실무에서 함께 고려합니다.
6. 무엇이 증거가 되고, 어떻게 남겨야 할까?
대체집행은 형사사건처럼 유무죄를 다투는 절차가 아니라, 이미 받은 판결을 집행하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증거"보다는 집행을 위한 입증 자료를 갖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말 많은 의뢰인을 상담하면서 느끼는 것은, 판결은 받았는데 집행 단계에서 서류가 부족해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 준비할 것 | 왜 필요한가 | 유의점 |
|---|---|---|
| 집행권원 정본 | 강제집행의 기본 근거 | 확정판결이면 확정증명원도 함께 |
| 송달증명원 | 판결이 상대방에게 전달됐음을 증명 | 법원에서 발급 |
| 집행문 | 강제집행을 해도 좋다는 공적 확인 | 판결문에 부여받아야 함 |
| 미이행 사실 자료 | 상대방이 아직 안 하고 있음을 보여 줌 | 현장 사진, 날짜 표시 |
| 비용 견적서 | 철거 등에 드는 비용 산정 근거 | 업체 견적서 복수 확보 권장 |
실무 팁을 짚어 드리면, 현장 사진은 날짜와 위치가 드러나게 촬영해 두세요. "판결 후에도 그대로"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철거·수거 비용 견적서는 한 곳이 아니라 복수로 받아 두면, 법원이 비용선지급결정을 내릴 때 금액의 합리성을 설득하기 쉽습니다.
7.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 단계 | 내용 | 유의점 |
|---|---|---|
| 1. 집행권원 확보 | 판결·조정·화해조서 등 확정 | 확정증명·송달증명·집행문 발급 |
| 2. 대체집행 신청 | 제1심 법원에 수권결정 신청 | 의무 성질이 대체적인지 명시 |
| 3. 심문·수권결정 | 법원이 "제3자에게 시키라"고 허가 | 상대방 심문 거치는 경우 많음 |
| 4. 비용선지급결정 | 비용을 채무자가 미리 내도록 명령 | 견적서로 금액 근거 제시 |
| 5. 실제 집행 | 제3자(업체)가 철거 등 실행 | 집행관 입회가 필요한 경우 있음 |
| 6. 비용 회수 | 미지급 시 채무자 재산에 강제집행 | 비용결정을 집행권원으로 활용 |
절차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은 집행문과 송달·확정증명입니다. 판결문만 들고 와서는 집행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판결이 송달됐고 확정됐다는 증명, 그리고 집행해도 좋다는 집행문까지 갖춰야 비로소 신청이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수권결정을 받은 뒤 바로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까지 결정받아 두는 것이 실무상 훨씬 효율적입니다.
8. 상담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 (FAQ)
Q. 판결을 받았는데 제가 직접 철거하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판결이 있어도 당사자가 임의로 남의 물건을 부수면 재물손괴 등 다른 분쟁이 생깁니다. 반드시 법원의 수권결정을 받아 적법한 절차로 진행하셔야 합니다.
Q. 철거비는 제가 먼저 다 내야 하나요?
아닙니다. 비용은 원칙적으로 상대방이 부담하며, 법원에서 비용선지급결정을 받으면 상대방에게 미리 내도록 명령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안 내면 그 결정으로 재산에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Q. 간접강제와 대체집행 중 무엇을 써야 하나요?
의무의 성질에 따라 다릅니다. 남이 대신할 수 있는 일(철거·수거)이면 대체집행, 그 사람만 할 수 있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면 간접강제가 맞습니다. 경우에 따라 둘을 함께 쓰기도 합니다.
Q. 상대방이 집행 전에 스스로 치우면 어떻게 되나요?
목적이 달성됐으므로 집행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다만 그 전까지 발생한 비용이나 손해가 있다면 별도로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Q.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대체집행으로 받나요?
아닙니다. 금전 지급은 재산 압류·추심 같은 직접강제로 처리합니다. 대체집행은 "무엇을 하라"는 작위의무에 쓰는 제도입니다.
9. 마무리 —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대체집행 신청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남이 대신할 수 있는 작위의무에만 쓸 수 있다는 것, 집행권원과 집행문·송달·확정증명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것, 그리고 비용은 상대방이 부담하므로 비용선지급결정을 함께 받아 두라는 것입니다.
재판에서 이기고도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그 허탈함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법은 판결을 종이로만 두지 않도록 대체집행이라는 길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의무의 성질과 집행 전략은 사안마다 달라지니, 구체적인 상황은 변호사 상담을 통해 점검해 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본 글은 현행 법령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